어디서 봤더라?
간헐적으로 단식을 하는 것이 식이 관리에 좋다는 글을 보았다.
그 글에 설득당해 버린 것일까?
나는 충동적으로 단식을 결심하였다.
현재 나의 몸 상태는 아래와 같다.
키 178cm
체중 86 ~ 90 kg
(굉장히 유동적이다.)
매일 매일 운동을 한다는 가정하에 숫자로만 본다면 건강한 돼지인 상태이다.
매일 억지로 억지로 몸무게를 90kg 안쪽으로 유지시키는 입장에선 단식의 효과가 눈길이 가는게 정상인 것 같다.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날 때마다 위가 작아진다는 말이 있던데, 이 말을 믿고 단식을 통해 위를 초기화 하여 식이를 조절해보도록 하자.
단식 시작!
0일차 : 준비
우선 이 과정의 목표는 간헐적 단식이 아니다.
간헐적 단식이라 함은 공복시간과 식사시간을 주기적으로 반복, 조절하는 식이요법이다.
하지만 나는 그런건 모르겠고, 일단 굶을 것이다.
단식의 기간은 약 48시간, 이틀이다.
이틀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는다.
물은 먹을 것이다.
왜 단식을 하나요?
이 과정에는 별 이유가 없다.
간헐적 단식이 건강에 좋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해도, 내가 하는 것은 간헐적 단식이 아니라 그냥 단식이다.
정신만 단식원으로 보내는 것이다.
그래서 건강에 좋은지도 모르겠고 그냥 하게 되었다.
이 도전을 통해 성공을 얻을 수 있다면, 성취감을 경험하리라.
그것에 의미를 두자.
작은 도전들이 모여 큰 성공을 만들지 않을까?
단식 시작 전, 무엇을 먹었나요?
치킨을 먹었다.
이유는 그날 급식에 치킨이 나왔기 때문이다.
요즘 군대는 치킨도 나오고 참 좋아졌다.
점호가 끝나고, 몰래 식당으로 빠져나와서 저녁에 먹고 남은 치킨을 배부르게 먹고 바로 잤다.
1일차 : 시작
생각보다 고통스럽진 않았다.
그냥저냥 할만 했다.
단식기간동안 크게 힘 쓸일도 없어서인지 에너지가 모자라다는 느낌도 없었다.
어젯밤에 치킨을 배부르게 먹고 잤기 때문인걸까? 배가 너무 고프지는 않았다.
저녁이 되어서야 조금 배고파지기 시작했는데, 버틸만 한 배고픔이었다.
그런데 조금 불안한 건, 음식 섭취를 갑자기 중단한 것이기 때문에 건강에 대한 걱정이 떠오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어디서 본건 있어가지고 소금을 먹었다.
원래 단식중에는 소금물을 계속 섭취한다고 그러던데,
나는 가지고 있는 소금이 허브솔트밖에 없었다.
물에 타서 먹기는 좀 그래서 그냥 입에 허브솔트를 털어 넣었다.
같은 소금이라 큰 문제는 없을 줄 알았다.
하지만, 씹을때마다 후추랑 허브맛이 나서 정말 맛있었다.
시1발....
이후 몸의 변화는 크게 없었다.
단지 밥을 안먹어서 느껴지는 무기력감만 있었다.
이 상태가 지속될 수록 집중력이 조금 떨어질 것 같은데 더 지나봐야 알 것 같았다.
그리고 또다시 건강에 대한 걱정이 머릿속에 파도를 쳐서
비타민을 하나 섭취했다.
음식을 통해 나트륨을 섭취하지 않아서 그런지 비타민에선 짠맛이 났다.
2일차 : 종료
아침에 일어났을 땐, 평소보다 조금 더 피곤하였다.
피곤해서 계속 침대에 누워있게 되었다.
또한, 기운이 없어서 아침에 씻지를 못하고 양치만 하였다.
세수도 못하고 면도도 못했다.
머리도 안감았다.
어차피 내일부터 휴일이니까라는 마음으로 그냥 물로만 머리를 정리했다.
예전에도 가끔 이런 적이 있었는데,
왼쪽 눈이 자다가 옆자리 놈이 한대 때린 것 마냥 아팠다.
다크서클도 생겼다.
영양부족의 문제인 것 같다.
배고픔을 참는 건 어렵지 않았다.
음식을 보면 먹고싶은 욕구가 생기는데,
먹으면 구역질을 할 것 같은 상상이 되었다.
그냥 밥을 안먹는 것이 익숙해졌다.
하루종일 기운이 없었다.
아주 없는 건 아니지만 일을 많이 해서 피곤한 느낌이었다.
체온 또한 조금 떨어진 느낌이고,
수족냉증이 생겼다.
목이 마르지 않았다.
마시는 물의 양이 줄어든 만큼 소변의 양도 줄어들었다.
오후가 되니 몸의 변화는 점점 더 드러나기 시작했다.
시야가 좁아진 느낌이 들었다.
공포게임같은데서 느껴지는 좁은 시야의 느낌이었다.
난이도가 높은 업무가 없었어서 일에는 지장이 없었다.
헬쑥해 보인다는 소리를 선임한테 들었다.
두통이 생겼다.
정신적으로 지쳐서 피곤함이 생겼다.
운동은 쉬기로 했고, 일과 이후에는 계속 침대에 누워서 뒹굴거렸다.
잘 시간이 다가오니 배고픔이 커졌다.
내일부터 먹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버틴다.
내일부터는 천천히 위를 풀어주고 먹는 양을 늘릴 것이다.
내일 일어나자마자 잠을 깬 후 죽을 먹을 것이고, 위가 조금 풀리면 햄버거를 먹을 것이다.
히히
3일차 : 회복
아침에 일어나니 별로 배가 고프지 않았다.
어제는 그렇게 먹고싶은 욕구가 솟아올랐는데도 말이다.
배는 고프지 않았지만 어제 먹기로 했던 음식들이 굉장히 먹고 싶었다.
그래서 빨리 배가 고파졌으면 해서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밖으로 나가 광합성도 하고, 식당에 앉아서 책도 읽었다.
참고로 내가 지내는 곳은 생활관과 식당이 붙어있다.
오전 9시가 되고도 배가 격하게 고파지지는 않아서
양반죽 전복죽을 중탕해서 먹을 준비를 했다.
전날 급식으로 나왔던 비엔나 소시지가 남은 것이 있어서 후라이팬에 구웠다.
격하게 배고픈 건 아니었지만 그냥 먹었다.
그런데 어머나 맙소사?
죽이 굉장히 짰다.
나트륨 섭취가 줄어서 그랬나보다.
죽이 1~2인분인데, 거의 다 먹어갈 수록 배가 불러왔다.
하지만, 이전처럼 '식판에 있는 건 다 먹어야 돼'라는 마음이 생기지 않았다.
단식의 효과가 있었던 것이다.
결론
다시는 하지 않을 것 같다.
자정부터 단식을 시작한 것으로 따지면,
2월 28일 00:00 ~ 3월 1일 09:00 (29일 있음)
총 57시간 단식을 한 것이다.
2일차부터 겪은 감정으로는
내가 건강한 상태여서 이정도 였던 것이지 건강하지 않았으면 쓰러졌을 것 같다.
지금이나 이렇게 해보지 어디 나이먹어서 이걸 해보겠나.
그래서 다시는 안할 것 같다.
하더라도 하루만 해야겠다.
밥 안 먹고 그러면 어머니가 슬퍼하신다.
밥 잘 먹고 다니자.
2024. 03. 01
김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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